얼마 전 집사람과 퇴근길에 만나 신금호에 있는 코끼리 칼국수를 오래간만에 들렸다. 요즘 아이들이 조금 컸다고 금요일만 되면 할머니댁을 학교 끝나고 알아서 간다. 집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 또는 게임등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질 못하니 엄마 눈치만 보다 시간되면 태권도, 학원 다녀오지만 금요일만큼은 일부러 스케줄 비워 하루정도는 하고싶은거 하라고 냅둔다.
그러다 보니 금요일은 내가 차 없이 퇴근을 하는데 집사람과 미리 연락하여 약속을 잡고 밖에서 저녁을 함께 먹고 들어온다. 사실 우리부부는 선봐서 결혼했기 때문에 연애시절 때 알콩달콩 애틋한 그런 느낌보다는 그냥 어차피 때 되면서 결혼한다? 이런 생각이 들어 결혼한 케이스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먹고 은근히 불끈불끈 불타오를 때가 조금씩 있다. 사는 동안 전혀 싸우지 않은 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운정 고운정 들면서 서로 맞추려 하는 것 보니 조금은 뿌듯한 느낌이 있다.(결혼하고 10년까지는 진심을 다해 싸움..)
코끼리 칼국수
와이프 운동하는 곳 근처 노포는 아니고 그리 크지않은 칼국수집이 하나 있다. 금남시장으로 내려가면 노포들도 좀 있고 새로생긴 맛집들이 있지만 sns랑 유튜브 먹방러들 때문에 사실 거품들이 좀 있다. 그러다보니 금호동에 살고있는 우리는 반짝 하고 거품처럼 올라오는 맛집은 가지않는 편이다. 각종매체에 나오기 전에는 손님없이 전전긍긍하다가 유튜브 같은 곳에 어떤 연예인이 한번 먹고나면 미친듯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우습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원래 수요가 없던집에서 대량의 공급이 이루어 지다보니 음식 퀄리티도 떨어진다.
오늘 소개하는 코끼리칼국수는 중년의 부부께서 운영하는 점포이다. 칼국수, 떡만두국 그리고 보쌈을 판매하는데 사실 보쌈은 먹어보질 못해 보쌈에 대한 평가는 못하겠다. 하지만 갈때마다 테이들 한두곳 이상은 보쌈을 시키는 것을 보아 맛은 있는 것 같다. 보쌈을 판매하니 당연히 술도 판매한다.
주인분께서 벽에 붙여놓은 문구인데 마지막이 눈에 들어왔다. 곱배기 시켜놓고 둘어 먹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것 일까? 진짜 진상들... 어마무시 하게 사회 곧곧에 스며들어있나보다. 이러니 커피숍들도 동네장사 힘들다고 하는게 대여섯명이 들어와 아메리카노 두잔 시키고 종이컵 달라해 한두시간 많이는 두세시간 동안 수다만 떨고 가니깐 오죽하면 테이크아웃으로 바꿔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 이다. 상상이상의 진상들이다.
이날 와이프랑 단둘이 갔는데 메뉴를 3개나 시켰다. 그랬더니 주인분께서 자꾸만 물어보신다. 나머지 일행 언제오냐고..... 민망하다... 그래서 말했다 저 혼자 두개시킨거니 바로 부탁드린다고.. 그때서야 웃으시며 음식을 준비해주신다. 사실 면종류 음식점들이 이런부분에있어 예민할수밖에 없는게 기껏 음식만들어 내보냈는데 일행이 좀 늦게와서 천천히 달라 뭐해줘라 등등 조리시작하고 말바꾸면 짜증날수밖에... 충분이 이해가 된다.
음식맛은 칼국수, 칼제비 인정.. 맛있다. 고기국물이 아닌 멸치육수 베이스로 만든 음식이라 깔끔하다. 해물이 잔득 들어간 칼국수들도 많이 있지만 이렇게 멸치국물로만 육수를 해서 칼국수를 만드는 곳이 몇 안된다. 종로할머니칼국수와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코끼리칼국수가 내가 최근에 먹어본 집들 중 유일하게 멸치 육수로 했다. 하지만 떡만두국은 나의 생각과 맛이 달랐다. 아직까지는 난 떡국 혹은 떡만두국은 사골국물이 더 맘에 든다. 그리고 계란때문에 약간 비린맛이 강했다. 다음에 또 방문하게된다면 칼제비 아님 칼국수만 먹는 것으로 생각한다.
옛날생각난다. 예전에 타일판매했을 때 타일 한장씩 판매하던 포인트타일인데 여기서보니 새롭네....